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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부●/경험.투자 사례

<분양권 사기> "시세보다 싸다더니.." 피해 속출

"회사 보유분, 공사대금 대신 받은 물건 할인 분양" 속임수 횡행

연합뉴스 | 입력 2017.01.02 07:01 | 수정 2017.01.02 07:01


<※편집자주 = 아파트 분양권 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속출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 과열에 따라 주택시장에 여유자금이 몰리자 이를 노린 사기행각이 잇따르고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분양권 사기의 실태, 원인과 대책을 2편으로 나눠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에 사는 김 모(47·여) 씨는 송도국제도시 아파트를 3년 전의 분양가로 살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는 마음이 설레었다.

공사가 거의 끝나 입주를 앞둔 59㎡형(전용면적) 아파트가 3억 원. 현재 시세가 4억 원까지 오른 점을 고려하면 1억 원 가까이 남는 셈이다.

<<연합뉴스TV 제공>> 할인 분양 미끼로 수백억 먹튀, 피해 투자자들 눈물
<<연합뉴스TV 제공>> 할인 분양 미끼로 수백억 먹튀, 피해 투자자들 눈물

동네 부동산 중개업소 분양대행사 직원은 김 씨에게 "분양 초기 미분양일 때 회사가 물건을 직원 앞으로 돌려놓은 것"이라며 "분양가보다 1천만 원 정도 웃돈만 주면 물건을 넘기겠다"고 꼬드겼다.

김 씨는 올해 8월 이들과 함께 아파트에 직접 가서 시설과 조망을 꼼꼼히 살펴본 뒤 결심을 굳혔다.

아파트 분양권 매매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으로 우선 3천만 원을 건넸다.

그러나 등기 이전하기로 한 날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 알아보니, 계약금을 치른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고 중개업소와 대행사도 자취를 감춘 뒤였다.

김 씨처럼 분양권 사기를 당한 사람은 30여 명.

경찰은 이들에게 계약금을 받고 달아난 김 모(55) 씨 일당을 좇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 사기 피해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 가격이 폭등하고 청약 경쟁률이 치솟으며 주택시장에 여유 자금이 몰리자 이를 노린 분양권 사기극도 속출하고 있다.

사기 유형은 분양권을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다며 투자자에게 계약금을 가로채는 수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경기 용인 동부경찰서는 신도시 아파트 입주를 미끼로 계약금을 가로챈 혐의로 최근 양 모(50) 씨를 구속했다.

양 씨는 작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강남에서 기획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위례신도시 내 원주민 소유 토지나 지장물을 매입하면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며 입주 희망자 40여 명에게 접근했다.

그는 계약금 명목으로 1인당 1천500만∼5천만 원씩 모두 15억 원을 받아 가로챘다.

경찰은 "양 씨는 모 협동조합의 이사 명함을 들고 다니면서 사회적 약자의 주택 마련을 돕는 것처럼 행세해 피해자들을 속였다"며 "피해자들은 분양권 전매가 불법이다 보니 사실관계 확인이나 피해 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주에서는 380억 원대 분양 사기극도 빚어졌다.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인 박 모(57) 씨 일당은 2012년 3월 광주 서구 농성동에 신축한 482세대 오피스텔을 분양하던 중 자금난으로 공사가 중단되자 지난 5월까지 계약해지·미분양 물량을 545명에게 중복 분양해 380억 원 상당을 가로챘다.

이들은 준공 전에는 피분양자가 중복계약 사실을 알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22㎡ 규모 1가구당 7천만∼8천만 원에 거래되던 오피스텔을 4천만∼5천만 원으로 낮춰 투자자나 실수요자들을 끌어모았다.

일간지와 생활정보지에는 '버스터미널·백화점 근처 오피스텔 미분양 회사 보유분을 원분양가보다 30∼40% 할인 분양, 12% 이상 고수익 예상'이라는 광고를 뿌렸다.

이들은 4년에 걸쳐 사기 행각을 이어갔고, 다중 계약을 알아챈 피분양자에게는 분양대금에 500만∼1천만 원의 웃돈을 얹어줘 입막음을 시도했다.

이들의 사기극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도급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알려지게 됐고 결국 박 씨 등 4명은 지난 8월 구속됐다.

부산 역대 최고 분양가 기록을 깬 해운대 엘시티 분양 때도 '작전 세력'이 개입한 탓에 피해자가 속출했다.

엘시티 시행사 실질 소유주 이영복(66) 회장과 분양대행사 대표 최 모(50) 씨는 작년 10월 지인들을 동원해 아파트 분양계약금에 웃돈 1천만∼2천만 원을 붙여 127가구의 분양권이 거래된 것처럼 꾸몄다.

웃돈이 붙어 분양권이 거래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분양권 작전'에 속은 42명은 5천만 원씩 들여 분양권을 샀다.

이들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분양권을 되팔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3.3㎡당 2천730만 원에 이르는 가격에 분양권을 사려는 이들을 찾기 어려웠고 결국 2차 계약금을 낼 여력이 없자 계약을 포기, 1차 계약금 5천만 원만 허공에 날리게 됐다.

이 회장과 최 씨는 모두 구속됐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행사가 아닌 분양대행사와 계약을 체결할 땐 대행사가 계약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 맞는지 건설사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