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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부●/토지 공부

야산과 맹지를 주목하라

오지관(가명)씨는 경기도 양평지역에서 묘지나 집터를 잡아주는 지관(地官)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한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농사일에 영 시원치 않고 그저 아는 소리나 하며 동네 대소사에 참여하는 시골 선비다. 그러니 사는 형편이란 게 대대로 물려받은 논 몇 마지기로 그저 그렇다. 그런데 그의 집안에 홍복(洪福, 큰 복)이 생겼으니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런 할아버지를 보고 자란 손주 녀석이 있다. 서울에 나가 대학물도 먹어보고 이런저런 사회생활도 하면서 대기업은 아니지만, 중견기업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고 살게 되었다. 돈을 조금 모아둔 게 있어서 그때나 지금이나 열풍이 부는 부동산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남들처럼 경매며 개발이며 교육도 받고 투자 모임에도 참석해 보았다. 그러나 집안 내력 때문인지 정작 투자는 엄두를 못 내는 소시민이다.

그러던 중에 경매 정보지를 보니 고향 인근 양지바른 산 밑에 아주 작은 밭 231평이 나온 것이다. 경매 선생님도 시큰둥하게 평가했지만, 고향 땅인지라 시골 내려가는 길에 한번 현장을 답사하게 되었다. 우연은 필연을 만드는 것인가. 이유는 모르지만, 그 땅이 마음에 쏙 들었다. 할아버지에게 어깨너머로 들은 바가 있어서인지 묫자리로도 너무나 좋아 보였다. 아버지를 모시고 다시 찾아가서 보았더니 “네가 어떻게 이걸 찾았느냐?”고 하시면서 명당은 아니지만 길지는 분명하다고 하셨다. 


그때부터 자금 계획과 경매 절차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며 낙찰받을 궁리를 하게 되었다. 감정가는 2,400만 원인데 산 밑에 있는 맹지(盲地)인 데다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어 있던 때라 몇 번 유찰이 되어 감정가의 33% 수준인 787만 원이었다. “한 번 더 유찰되기를 바랄까, 이번에 입찰할까?” 하며 경매 선생님에게 자문했더니 그걸 사느니 아파트를 사라고 했다. 

하지만 계속 마음이 끌려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마침 동문 체육대회에서 부동산전문가인 선배를 만나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담하게 되었다. 전문가 선배는 그 물건이라면 이번에 꼭 입찰해야 한다고 말하고 투자할 거면 입찰을 1,000만 원대에 해야 하지만 940만 원대로 한번 해보자고 했다.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끝에 936만 원에 입찰하였다. 3명이나 응찰을 하여 2만 원 차이로 낙찰받을 수 있었다. 약간의 사례비와 등기비용을 포함하여 1,000만 원에 그의 첫 번째 투자 사연이 쓰였다. 원하던 땅을 가진 기쁨은 더없이 컸다. 그가 실제로 투자한 돈은 500만 원 정도이고 나머지 500만 원은 처가의 도움을 받았다. 

구매한 땅을 명의 이전한 후, 할아버지를 찾아가 그 땅을 샀다고 말씀드린 후, 혹시 묘지로 사용할 사람이 있으면 팔겠다고 말해놓았다. 1년이 조금 지난 어느 날, “묘지로 사용하려고 한다.”면서 1억 원을 줄 테니 그 땅을 팔라는 연락이 왔다. 보유 기간이 2년이 안 되어서 계약은 바로 진행하되 잔금은 6개월 후인 2년이 지난 후에 받고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계약하였다. 상대방은 계약금으로 80%를 주고 잔금은 6개월 후에 주는 것으로 하자고 했다. 2년도 안 되어 1천만 원이 1억이 되는 순간이었다. 순수 투자금 5백만 원을 생각하면 20배에 달하는 엄청난 수익이다. 

지금은 화장을 많이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장을 선호했고, 지금도 일부는 매장을 고집한다. 묘지로 쓰기에 좋은 땅은 값을 더 주고도 사려는 수요가 있어서 그 가치가 수요자에 따라 달라진다. 더구나 사전에 장지 준비가 안 된 가족이 급하게 묘지로 사용할 땅을 구할 때는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는 예도 많다. 장지를 구할 일은 갑자기 발생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2000년대 초까지 충남 일원에서 경매나 급매로 2~3천만 원대에 나온 작은 야산이나 산 밑에 있는 농지 등을 사서 그 지역에 묘지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값을 받고 매매해 재미를 보았다. 아직도 충남 이남 지역에는 화장보다 매장을 선호한다. 

음택(묘지)이나 양택(집이나 사업장)은 누구나 명당을 원하지만, 명당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다. 그리고 흔하게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지금은 좋은 묫자리가 차에서 내려 5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위치에 양지바른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들과 물이 있다면 배산임수로 아주 좋은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주산과 안산 등 사신사가 갖추어져 있다면 이를 명당이라 칭해도 무방하다. 반드시 매장을 원하는 어르신이 있다면 야트막한 산이나 산 밑의 농지 등을 눈여겨보자. 

□ 맹지(盲地)란?
지적도상에서 도로와 조금이라도 접하지 않은 토지를 말한다. 타 지번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으므로 자루형 대지라고도 한다. 지적도상으로는 도로에서 직접 진입할 수 없으나 실제로는 사람은 다닐 수 있고 차량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 토지인 경우가 많다. [네이버 지식백과] 

□ 사신사(四神砂)란?
풍수지리(風水地理)로 지세(地勢)를 살필 때, 전후좌우에 있는 네 개의 산. 이 사신사의 위치에 따라 명당(明堂)의 지형과 지세를 파악한다. [두산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