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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 떡"…성수동 한강변은 50층 재개발

"이게 웬 떡"…성수동 한강변은 50층 재개발

'전략정비구역' 이름 아래…
오세훈 시장 시절 '한강 르네상스'
최고 50층 개발 가능한 정비구역
성수동만 유일하게 심의 통과

기부채납비율 25%의 '문턱'
일반 정비사업의 두 배 규모
4구역 하반기 건축심의 주목
압구정은 기부채납 때문에 발목


최고 50층 높이 개발이 가능한 서울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뒤쪽으로 다음달 입주하는 47층 높이 트리마제 아파트가 보인다.



서울 성수동 한강변 일대 재개발구역은 광역중심지가 아님에도 ‘50층’ 재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포동, 압구정동 등 강 건너 한강변 단지들은 서울시의 35층 규제에 막혀 초고층 재건축을 못 하고 있지만 이곳은 한강변임에도 50층 재개발의 시동을 걸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강변에 초고층을 짓지 못하도록 규제하기 전에 정비계획 심의를 통과한 덕에 가능한 일이다.

◆‘50층’ 정비계획 확정

성수동 ‘50층’의 비밀은 ‘전략정비구역’에 있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성동구 성수동 1·2가 일대로, 한강을 사이에 두고 압구정동과 마주하고 있다. 전체 53만㎡ 면적에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전략정비구역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지정된 구역이다. 합정, 여의도, 이촌, 압구정, 성수 등 다섯 곳이 지정됐다. 최고 50층까지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됐다. 그동안 개발이 성사된 곳은 2015년 준공한 이촌동 래미안 첼리투스 정도다. 공공에 무상으로 내놔야 하는 기부채납 비율이 일반 정비사업의 두 배인 25%에 달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까닭이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한강 르네상스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전략정비구역도 대부분 해제됐다. 하지만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지역에 대해 2011년 2월 최고 50층 개발을 허용하는 정비계획이 고시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설립됐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최고 50층 높이까지 주거시설을 허용하는 내용의 정비구역지정안이 통과돼 고시까지 마무리된 것이다. 일반주거지역의 최고 높이를 35층으로 규제하는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인 ‘2030서울플랜’은 그로부터 3년 뒤인 2014년 확정됐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이 35층 규제를 비켜갈 수 있었던 이유다.

압구정동은 반대의 경우다. 같은 시기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추진위원회조차 설립되지 못하면서 2013년 8월 전략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압구정은 2030플랜에 따라 최고 35층 높이로 재건축하는 내용을 담은 지구단위계획 심의를 이르면 다음달 받을 예정이다.

◆높은 기부채납비율이 변수

한강변에 초고층 주거시설을 건립하는 데 반대하는 서울시도 일단 기존 정비계획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 도시계획 기준에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의 50층 계획이 부합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제동을 걸 제도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시행인가까지 2030플랜을 피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건축심의 과정에서 일부 높이 계획이 수정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성수전략지구의 50층 개발안은 42~50층 재건축을 추진했다가 서울시의 ‘35층 룰’을 수용한 반포주공1단지 잠실주공5단지 등과의 형평성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초고층 재건축을 고집하고 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에 대한 규제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서울시로선 부담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축심의가 완료돼야 높이 계획이 확정되는 것”이라며 “서울시의 규제 가능성이 아직 열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르면 올 하반기 이뤄질 성수4재개발구역에 대한 건축심의가 ‘50층 개발’ 성사 여부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 내 4개 구역 가운데 가장 추진 속도가 빠른 곳으로, 조합은 올해 안에 건축심의를 받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축심의가 들어오면 2030플랜에 의한 높이 계획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관계부서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정비사업의 두 배에 이르는 약 25%의 기부채납 비율도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여의도 등이 50층 재건축 기회를 놓친 것은 과도한 기부채납 비율 때문이었다”며 “성수전략지구에서도 사업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